[꿈꾸는 편지 9호] 천사와 함께한 시간
2008.05.29 11:16:46호치민에서 850km 떨어진 베트남 중부의 Quang Ngai(쾅가이) 지역. 베트남 중부의 다낭시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은 들어가야 하는 곳에 바로 우리 천사들이 살고 있었다.
2007년 5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부터 베트남 어린이들을 위해 짓기 시작한 꿈푸 희망학교(꿈나무 푸른교실 희망학교)의 완공식을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과 함께 다낭에서 차를 타고 쾅가이 지역으로 향했다.
다낭 시내에서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린다는 가이드 분의 이야기를 듣고 먼 곳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3시간이 걸리는 것은 거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좁은 도로 사정으로 인해 천천히 움직이는 차들과 그 차 사이를 달려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천천히 가는 차가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잠시. 창 밖으로 보이는 논, 밭의 모습과 일을 하고 잠시 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게 되었다.
지루할 것만 같았던 3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HAN DUC 군에 지어진 ECCD(Early Child Care and Development) 센터에 도착하게 되었다. ECCD센터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교육시설로 위생적이고 안전한 생활습관과 유아교육, 급식을 통한 영양공급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부모가 안심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개발 참여를 위한 인식개선과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특히나 초등학교 진학률 개선에 효과적인 ECCD 센터는 마을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ECCD 센터 전경과 교실모습]
이번에 새로 지어진 ECCD 센터는 총 4개의 교실과 교무실,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교실마다 창고와 함께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었고, 교실 밖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물컵이 차례대로 걸려 있었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방의 기자재들이 위생적으로 정리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우리처럼 아이들도 설레었던 것일까? 평소 같으면 꿈나라로 가 있어야 할 아이들이 쉽게 잠들지 못 하고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인데도 눈을 마주치니 수줍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할 놀이를 준비하는 동안 누워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조용하던 ECCD 센터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아이들이 종이접기, 풍선만들기, 비누방울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친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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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의 모든 사업의 기본은 CCCD(Child Centered Community Development-아동중심지역개발)이다.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점을 함께 찾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플랜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모든 사업의 주체는 플랜이 아닌 지역 주민과 어린이가 되어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을 이루게 된다. HAN DUC 군 주민들 역시, ECCD센터 사업의 주체로서 센터를 방문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들에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세하게 챙겨주어, 함께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지역 대표와 지역 주민들이 계속 웃는 얼굴로 대해 주셔서 말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완공식이 있었던 날…
오늘의 행사에는 ECCD 센터에 다니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전날 만난 친구들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고, 많은 마을 주민들이 자리에 앉아 완공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완공식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넋을 놓고 보았다. 가끔 실수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 실수하는 모습 조차도 예뻐 보였다. 여러 내빈의 인사말이 끝나고 완공식이 마무리 되었다. 완공식이 끝나고 간단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Hello, Thank you, Ok. 세단어로 우리와 거침없이 대화하던 아이의 눈망울.
내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면 함께 인사하던 아이의 손.
손님들이 온다는 이야기에 예쁜 원피스를 입었는데 티셔츠로 갈아입어야 해서 울어버렸던 아이의 눈물.
눈빛과 손짓으로 대화했던 따뜻한 마을 주민들.
버스에 올라타 출발을 기다리는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던 아이들의 모습.
이 모든 것에서 나는 천사의 모습을 보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유를 다시 한번 찾았다.